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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육 제도 및 역사 살펴보기

by 맘히스토리 2025. 5. 1.

현재의 보육 제도와 실제는 과거의 수많은 경험과 고민이 쌓여 만들어진 결과입니다. 보육의 역사를 살펴보는 일은 단순한 회고가 아니라, 오늘을 더 깊이 이해하고 내일의 비전을 세우는 데 중요한 통찰을 제공합니다.


세계 보육의 흐름: 프뢰벨에서 몬테소리, 존 듀이..

현대 보육의 철학과 실천은 여러 선구자들의 생각과 노력 속에서 형성되어 왔습니다.

  • 프리드리히 프뢰벨 (1782-1852): ‘유치원(Kindergarten)’이라는 단어의 창시자 프뢰벨은 유아 교육의 아버지라 불립니다. 그는 어린이가 본능적으로 배우고 성장하려는 존재라는 점에 주목했습니다. 특히, 아동의 자연적 발달을 존중하며 놀이와 활동 중심의 교육 방식을 통해 아이들의 자발성과 창의성을 끌어올렸습니다. 프뢰벨은 ‘가베(Gabe)’라 불리는 교구를 직접 고안해 감각적 탐색과 창의적 사고를 동시에 자극할 수 있도록 했으며, 오늘날까지도 그의 교육 철학은 유아교육의 중요한 토대가 되고 있습니다.
  • 마리아 몬테소리 (1870-1952): 이탈리아 최초의 여성 의사였던 몬테소리는 임상적 관찰과 아동 발달 연구를 통해 교육의 혁신을 주도했습니다. 그녀는 **“아동은 스스로 성장할 힘을 가진 존재”**라는 신념을 기반으로, 자율성과 주도성을 핵심 가치로 삼았습니다. 준비된 환경 속에서 아동이 주도적으로 탐색하며 배우도록 유도하는 몬테소리 교육법은 세계적으로 널리 확산되었고, 특히 자기주도적 학습의 중요성을 재조명하게 했습니다.
  • 존 듀이 (1859-1952) : 진보주의 교육의 선구자인 듀이는 보육과 교육에서 경험의 중요성을 강조했습니다. 듀이는 유아 교육에서도 실생활 경험과 탐구 학습이 필수적이라고 보았고, 이는 현대 프로젝트 접근법이나 탐색 중심 보육의 뿌리가 되었습니다. 그는 민주적 교실 환경과 아동의 의견을 존중하는 열린 교육의 중요성을 일깨웠습니다.
  • 루이스 말라구찌 & 레지오 에밀리아 접근법  : 이탈리아 레지오 에밀리아 시의 교육자 루이스 말라구찌는 제2차 세계대전 이후, 협력과 창의성을 바탕으로 한 교육 모델을 정립했습니다. 그는 아동을 ‘100가지 언어를 가진 존재’로 비유하며, 아동의 다양한 표현 능력과 탐구적 태도를 존중하는 교육을 실천했습니다. 오늘날 레지오 에밀리아 접근법은 예술적 감수성과 프로젝트 중심 활동으로 세계적인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 마가렛 맥밀란 & 보육의 공공성  : 영국의 마가렛 맥밀란 자매는 산업혁명 시기의 열악한 아동 환경을 목격하며 보육의 건강·위생 중심 모델을 발전시켰습니다. 그녀들은 아이들의 기본적 권리로서 보육의 필요성을 주장하며, 탁아학교 설립을 통해 사회적 보호망을 넓혔습니다.
  • 미국의 헤드 스타트 프로그램  : 1965년 시작된 미국의 헤드 스타트(Head Start) 프로그램은 저소득층 아동을 대상으로 한 종합적 보육·교육 지원 정책으로, 보육의 공공성을 강화하고 교육 격차를 해소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해왔습니다. 건강검진, 가족 상담 등 복합 서비스를 제공하는 점에서 오늘날 통합형 보육 모델의 선례가 되었습니다.

한국 보육의 역사: 탁아소에서 누리과정까지

한국의 보육사는 국가적 변동과 사회적 요구 속에서 큰 변화를 거듭해왔습니다. 각 시대의 보육은 그 사회의 가치관과 필요를 반영한 결과물이라 할 수 있습니다.

전통 사회: 공동체 육아의 시대

농경사회에서는 ‘품앗이’와 같은 공동 육아 문화가 일반적이었습니다. 가족과 이웃이 함께 아이를 돌보며 사회적 유대감을 형성했는데, 이 시기 보육은 자연스럽게 공동체의 책임으로 여겨졌습니다. 현대의 ‘마을 돌봄’ 개념과 맞닿아 있는 이 전통은 공동체적 보육의 뿌리라 할 수 있습니다.

일제강점기 및 해방 직후: 서구식 보육의 도입

일제강점기에는 일본과 서구 선교사들에 의해 탁아소 개념이 처음 도입되었습니다. 해방 후에는 전쟁 고아와 빈곤 아동을 위한 보호 중심의 보육 시설이 확산되었으며, 보육은 주로 구호적 성격이 강했습니다. 이 시기의 보육은 기본적인 생존을 지탱하는 역할에 머물렀습니다.

산업화 시기: 경제 논리 속의 보육

1960~1980년대는 산업화와 도시화로 인해 여성의 노동력 진출이 급격히 증가하면서 보육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어났습니다. 그러나 당시 보육은 ‘양질의 서비스’보다는 노동력 확보의 수단으로 인식되는 한계가 있었습니다. 아동복리법 제정(1982년)은 이러한 열악한 현실을 개선하려는 첫 제도적 노력으로 평가됩니다.

제도적 전환기: 영유아보육법과 질적 성장

1991년 제정된 영유아보육법은 한국 보육의 전환점이었습니다. 보육의 대상이 단순히 부모의 경제활동 지원을 넘어서, 아동의 권리와 복지 실현이라는 새로운 관점이 법적으로 명확해졌습니다. 이후 보육교사 자격제도, 평가인증제도, 공공보육시설 확충 등 보육의 질 향상을 위한 다각적인 노력이 추진되었습니다.

보편적 복지 시대로의 도약: 무상보육과 누리과정

2000년대 들어 저출산 현상이 심화되자, 보육은 더 이상 개인과 가정의 책임이 아닌 국가적 과제로 부각되었습니다. 2013년 전면 시행된 누리과정은 만 3~5세 모든 아동을 대상으로 무상보육·교육을 제공하는 획기적인 정책으로, 보육의 공공성을 한층 강화했습니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정부 재원 부담, 지자체 간 형평성 문제, 보육교사 처우와 근로환경 등 여전히 해결해야 할 문제들이 드러났습니다.


역사가 우리에게 주는 교훈

보육의 역사에서 우리는 몇 가지 본질적인 교훈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보육은 단순히 아이를 돌보는 일이 아니라 사회적 요구와 국가 가치관의 반영물입니다. 초기에는 '생존'과 '보호'가 보육의 주요 목적이었으나, 시간이 지나며 '교육'의 가치가 결합되면서 오늘날의 '보육(Educare)' 개념으로 발전했습니다. 보육의 질과 공공성 강화는 단순한 복지정책을 넘어 국가의 미래 경쟁력 확보와 직결된 중요한 과제입니다. 과거의 시행착오들은 오늘날 보육 정책과 실천의 방향성을 제시하는 중요한 자산이며, 사회적 대화와 협의를 통해 보육의 진보는 계속 이루어져야 합니다.


 

보육의 역사는 단순한 제도의 진화가 아니라, 한 사회가 아동을 어떻게 바라보고 어떻게 성장시킬 것인가에 대한 집단적 고민과 실천의 기록입니다. 프뢰벨의 유치원에서 몬테소리의 자기 주도 학습, 한국의 무상보육에 이르기까지, 우리는 ‘보육’이라는 개념이 시대와 문화에 따라 확장되고 성숙해지는 과정을 목도해 왔습니다.

오늘날 보육은 더 이상 소수의 선택적 서비스가 아니라 모든 아동이 누려야 할 기본적 권리이자, 사회적 연대의 상징입니다. 보육의 질과 공공성을 높이는 일은 단순히 현재의 문제를 해결하는 차원을 넘어, 미래 세대의 행복과 사회의 지속 가능성을 담보하는 가장 확실한 길입니다. 우리는 이 역사 속 교훈을 디딤돌 삼아, 보다 나은 보육 환경을 만들어가는 데 쉼 없이 나아가야 할 것입니다.